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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그에 담긴 가치, 기쁨과 슬픔을 전합니다.
에어컨 청소 기사 정윤미(46)씨가 3일 오전 에어컨 청소를 위해 찾은 서울의 한 주택에서 에어컨 분해 작업을 하고 있다. 에어컨 청소라고 하면 간단한 필터 청소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씨는 직접 에어컨의 세부적인 부품까지 분해·조립하며 구석구석을 세척한다. 최은서 기자
이사 온 첫날, 시스템 에어컨 틈새로 점점이 박힌 곰팡이 자국이 영 신경 쓰였다. 입주 청소를 마친 업자에게 "에어컨 청소 옵션을 전세대출금리비교 추가하면 곰팡이도 없앨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업자는 "보통 필터 청소를 하지, 속까지 들어찬 곰팡이는 어떤 전문가도 못 없앤다"며 손사래를 치곤 떠났다.
에어컨 청소 기사 정윤미(46)씨는 달랐다. 지난 3일 오전, 양손 가득 청소 장비를 들고 등장한 정씨는 망설임 없이 작업에 돌입했다. 에어컨 주위에 비닐을 깔고, 드릴로 순식간에 대출용도 문짝만 한 에어컨을 분해한 뒤 내부 팬 구석구석까지 약품을 쏴 이물질을 불렸다. 그사이 나머지 부품들도 꼼꼼히 고압 세척하고는 내부 팬을 씻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다.
시커먼 구정물을 수차례 가득 비워내니 곰팡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청소업체 플랫폼의 평균가(7만~8만 원)보다 높은 10만 원대 초반대의 가격대에, 서울 성동구에 한해 활동 전세자금대출금리 하는데도 예약이 가득 찬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씨가 웃으며 말했다. "내 사전에 청소를 못 해내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는 없어요."
23년 미용업 뒤로하고... 마흔 넘어 에어컨 현장 막내로
에어컨 청소 기사 정씨가 에어컨 청소를 바로연결 위해 분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0년 처음 에어컨 청소 업종에 뛰어든 그는 5년 경력의 기사로 자리 잡았다. 최은서 기자
정씨는 어려서부터 공구를 이용한 분해·조립을 비롯해 손재주가 필요한 일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자연스럽게 미용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정씨는 "간 르노삼성자동차 서비스센터 혹 미용실에서 장비가 고장 나 기사님을 부르면 항상 얼굴을 바짝 붙이고 분해·조립 과정을 흥미롭게 구경했다"고 했다.
그러던 정씨는 생활고로 23년간 지속한 미용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2020년, 지인의 남편이 에어컨 청소로 돈을 잘 번단 소식을 듣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건물 에어컨 청소 현장 막내부터 일을 시작했다. 현장 일과 유지·보수 자격증 취득을 동시에 병행했고, 소속 업체를 옮겨가며 궂은일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은 웬만한 에어컨은 다 다루는 5년 경력의 1인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여자가 얼마나 하겠냐고요? 제 스케줄에 남자도 놀라요"
정씨가 에어컨 청소 작업을 위해 양손 가득 챙겨온 그의 청소 장비들. 각종 현장을 다니며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가 곳곳에 담겨 있다. 최은서 기자
여성인 에어컨 청소 기사는 드물다. 정씨를 포함해 업계 종사자 200여 명이 모인 채팅방에도 여성은 두 명뿐이다. 여성으로서의 고충이 있는지 묻자 정씨는 "여성이라는 점은 경쟁력이 될 뿐 약점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택 방문 서비스라 여성 고객 수요가 많은 것은 물론, 여성이 더 꼼꼼하게 작업할 것이란 생각으로 일부러 여성 기사를 찾아 예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초반에는 업계의 무시를 견뎌야 했다. 공구를 다루는 게 서툴거나 체력이 달리는 정씨의 모습에 남성 기사들이 "여자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며 웃곤 했던 것이다. 재작년 비수기, 정씨는 홈트레이닝과 러닝으로 체력을 길렀다. 그는 "체력이 좋아지니 지난해엔 작업을 많이 잡아도 힘든 줄 모르겠더라"며 "내 스케줄을 본 동료들이 '웬만한 남자도 그렇게 못 한다'며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 정씨는 생활고를 이겨냈다. 그는 "일반 직장인의 연봉을 여름 대비 시즌인 3~7월 정도에 바짝 번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직종에 비하면 비수기에 내 일상을 꾸릴 수 있으니,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에게도 괜찮은 근무 여건"이라고 말했다.
'적당히' 못하는 성격 덕… 꼼꼼한 여성 기사로 입소문 나
정씨의 고객들이 동네 커뮤니티 플랫폼에 남긴 후기들. 정씨는 "초반에는 느린 작업 속도로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꼼꼼함이 내 자산이 됐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씨 제공
대략 한 분기 안에 1년 치 수입을 모두 벌어야 한다는 업계 특성상, 에어컨 청소는 '속도전'이다. 따라서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에어컨 기종은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 때로는 "티 안 나는 부분까지 애쓰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정씨는 "성격상 '적당히'가 잘 안된다"며 그만의 방법을 고수해 왔다. 우선 몇 시간이 걸려서라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세척했다. 혹시 모를 재예약에 대비해 달력에 의뢰 건마다 특이사항을 적어두는 습관도 들였다. 에어컨의 작동법이나 원리를 궁금해하는 고객에겐 시간을 들여 친절하게 설명했다.
정씨는 "1, 2년 차 때는 근무 시간에 비해 돈이 안 모이니 '이게 맞나' 싶어 힘들었다"면서도 "지금은 나만의 차별화된 장점이 됐고, 비수기에도 예약해주시는 고객이 느는 걸 보며 내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작업이 꼼꼼한 여성 기사로 알려져 예약 건도 급증했다.
"청소 업종, 만족도 가장 높아... 여성 동료 환영합니다"
정씨가 에어컨 내부 팬을 구석구석 세척하는 모습. 그는 에어컨이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며 그간 경험했던 어떤 직업보다도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최은서 기자
정씨는 미용업과 각종 아르바이트 등 살면서 경험한 어떤 직업보다 이 직업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 그는 "청소 업종이라 하면 마지못해 하는 일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면서도 "오염됐던 에어컨이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면, 노력한 결과가 바로 드러나는 것 같아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고객들이 '여성이 이 일을 하는 게 멋있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뿌듯하기도 하다"고 했다.
정씨의 최종 목표는 여성 동료들을 모아 에어컨 청소 기업을 차리는 것이다. 그는 "경력 단절 여성들은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늘 막막함을 갖고 있는데, 고객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융통성만 있다면 이 직종에도 도전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직원이 많이 늘어난다면 에어컨 청소나 미용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찾아 봉사를 다니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정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을 함께할 여성을 구합니다. 센스와 꼼꼼함, 체력을 갖춘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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