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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튼튼어린이병원 최용재 병원장(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이 포장도 채 뜯지 못한 CT 장비를 바라보고 있다. 최 병원장은 지난 3월 이 장비를 8억원에 구비했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한 번도 가동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심교 기자


"8억원을 들여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를 사들였지만, 소용없네요. 가동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 겸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
우는 아기를 안고 등을 토닥이는 엄마,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아장아장 걷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는 어린이. 지난 12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튼튼어린이병원 로비에서 이들 사이를 지나 도착한 검사실은 '싸늘했다'. 여느 대학병원의 흔한 검사 장비인 CT가 놓여있었지만, 전원도 켜져 있지 않고 포장지도 채 뜯지 않았을 만큼 '미개봉 새 상품'이었다. 올해 3월, 이 병원이 '큰맘' 먹고 8억원에 구비했지만 단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한 건데, 무슨 이유 바다신게임 때문일까.
이곳 최용재 병원장은 기자에게 "베드(병상)가 200개 이상이어야 CT를 가동할 수 있지만, 우리 병원은 54개뿐"이라며 "대학병원에서 우리 병원에 전원 의뢰할 만큼 소아 응급환자가 헤매는데도 정작 CT로 검사할 수 없어 규제가 바뀌기만을 기다린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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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소아 위중증 질환 진료 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튼튼어린이병원을 찾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맨 왼쪽, 의정부시)이 최용재 병원장과 함께 정맥치료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 병원은 야간과 주말에도 소아 진료를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자, 보건복지부 릴게임사이트 가 지난해 8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진행하는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다. 한마디로 '빈틈없이' 아픈 소아를 진료하겠단 의지가 담긴 건데, 정작 위중증 소아 환자가 이곳에 실려 왔을 때 병변을 빠르고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CT 검사는 시행할 수 없다는 게 최 병원장의 호소다.
그가 지목한 규제인 '특 릴박스 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200병상 이상인 의료기관'만 CT나 MRI(자기공명영상)를 설치할 수 있다. 만약 200병상 미만인 의료기관이 CT·MRI 같은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려면 다른 의료기관과 병상을 공동 활용해야 하고, 이 경우 공동활용을 위해 '특수의료장비 공동 활용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쉽게 말해 CT를 설치하고 싶어도 병상 수가 50개뿐일 때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 병상 150개를 함께 쓰겠다는 서약을 해서라도 병상 200개를 채워야 CT를 가동할 수 있는 셈이다.



12일 이 병원 내 소아청소년 정밀의료센터는 입구부터 링거를 맞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로 북적였다./사진=정심교 기자


이런 규제는 CT·MRI 등 고가 검사의 과잉진료를 막고 국민의 의료비 과잉 지출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2002년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과 함께 시행됐다. 하지만 CT검사를 시행하고 싶은 중소 병·의원의 심리를 악용해 병상을 '뒷돈' 받고 매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른바 '공동활용병상제'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소아 위중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변을 빠르고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CT 검사는 치료 예후를 가를 수 있다. 최 병원장은 "3세 미만 아기에게 간헐적 복통과 보챔, 무기력증이 나타났을 때 장 일부가 도넛처럼 말려들어 간 '장중첩증'을 의심할 수 있는데, CT를 찍으면 이를 빠르고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소장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타민B12를 흡수하지 못해 평생 영양 흡수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용재 병원장이 장중첩증 환아에게 실시하는 '생리식염수 유도정복술'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 밖에도 △장염전 △장폐색 △난소염전 △복부 외상 △윌름스 종양 △신경모세포종 △간·콩팥 종괴 등도 빠른 진단이 치료 예후를 가르는데, CT 검사가 불가능한 소아청소년병원에선 CT가 '그림의 떡'이라는 것. 시간을 단축하고 진단 정확도를 높일 CT가 있어도 기존의 초음파 장비와 엑스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최 병원장은 "소아 환자를 CT에 눕혀 찍으려면 마취·인력·시간에 대한 부담감이 성인보다 크다"며 "이 때문에 CT를 찍을 수 있는 인근 의료기관조차 소아 환자 받기를 꺼리는 실정"이라고 했다. 심지어 인근의 대학병원조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위중증 환아를 거꾸로 이곳으로 보내는 경우도 적잖다는 것.
그는 "현재로선 까다로운 현행 규제와 소아과 붕괴 위기 속에서 소아 위중증 환자가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기까지 증상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소아청소년병원이 200병상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CT 검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소아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고 골든타임을 지키는 환자가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의정부(경기)=정심교 기자